연구원 오리의 투자 일지

20대 연구원이 바라본 재테크 패착의 원인 : 마케팅 본문

투자 일지

20대 연구원이 바라본 재테크 패착의 원인 : 마케팅

헤엄치는 오리 2023. 5. 28. 00:39

"아, xx 파랑불이네"

 

1.

재테크. 우리가 주식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.

씀씀이에 비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시원치 않아 윤택한 생활을 위해, 은퇴 후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재테크를 한다. 그런데 어디 그게 뜻대로 되는가?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니 환장할 노릇이다. 우리는 투자에 실패하면 종목을 추천한 증권뉴스, 애널리스트, 인풀루언서, 유튜브 등을 원망한다. 그 다음에는 무턱대고 투자에 나선 우리의 형편없는 선택을 탓한다. 이런 원망과 자책의 과정은 계속 반복되지만 우린 멈추지 않는다.

왜 우리는 끊임없이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? 왜 번번이 투자에 실패할까? 운이 나빠서? 투자방법을 몰라서?

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.

재테크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, 투자비법만 배우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, 나만은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환상, 바로 이런 환상들이 재테크의 패착이다.

 

 

"주가가 3년 안에 안오르겠어요? 최소한 은행이자보단 오르겠죠"

"월급으로 평생 모아도 서울 집 한 채 못산다"

 

 

2.

그렇다면 우리가 환상에 사로잡혀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?

바로 마케팅 때문이다.

각종 뉴스와 유튜브, 블로그 등은 위험보다 기대수익을 강조하며 우리에게 환상을 불어넣는다. 또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'공포 마케팅'을 이용한다. 특히 해당 마케팅은 최근들어 매우 크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. 지금 가진 자금과 월급으로는 노후 준비는 커녕 집도 못사는 시대라고 마구마구 걱정을 우리 머릿속에 각인시킨다. 환상과 공포 마케팅에 휩쓸린 투자는 '노후를 걸고 모험을 하라'는 것과 같다. 투자 실패로 우리의 주머니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는 위험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.

명심하자. 아무도 나의 노후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과 실패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.

 

OCI의 20년간 주가 흐름

 

3.

이동평균선 매매, 외국인 매수 종목 따라 사기, 데이트레이딩 등 뭔가 멋져보이고 전문가의 냄새가 풍기지 않는가? 서점에 가서 재테크 관련 서적을 보면 제대로 된 서적 없이 '일확천금'을 누릴 수 있다고 현혹하는 책이 90%다. 그러한 책들 또한 여러분에게 환상을 심어주며 소수가 우리의 돈을 챙겨가는 것에 불과하다.

주가를 결정짓는 변수는 수백, 수천 가지가 넘는다. 우리가 어떻게 수천 가지의 변수를 체크하고 분석할 수 있을까? 불가능하다.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'가치투자'만 해도 그렇다. 가치투자를 하려면 기업의 가치를 알아내기 위한 기업평가가 이루어져 한다. 기업의 순이익, 매출액, 순자산, PER, ROE 등과 같은 수치는 물론 경영자의 자질, 회사의 경쟁력, R&D 투자 수준 등 숫자로 나타내기 어려운 부분도 고려하여 평가를 내려야 한다. 여기에는 주관적인 잣대가 적용될 수 밖에 없어 평가자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이뤄진다. 즉, 기업의 가치도 여러 가지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.

 

 

4.

사람들은 과거를 알듯이 미래 또한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. 이미 일어난 과거는 선명하다. 어떤 일이든 결과를 알고 나면 분명해 보이기 마련이다.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인과관계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, 마치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있었던 사건처럼 되어 버린다. 그러나 미래는 그렇지 않다. 어떤 변수가 개입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결과도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없다. 그러니 주가전망도 틀릴 수 밖에 없다.

소위 증권전문투자자들이 차트를 보고, 특정 사건을 두고 주가를 판단하는 행위는 하나의 특정 변수로 시장이 결정된다는 지나친 단순화다.

 

 

"그럼 어쩌라는걸까? 주식하지말라고?"

 

 

마지막 말.

대한민국에 있는 주식 투자자 90% 이상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무모한 '주식 사고팔기'를 한다. 주식 관련 서적 몇 권 읽고 실전에 뛰어드고, 지인들이 하는 몇 마디에 수십, 수백, 수천만 원을 배팅한다. 우리는 상대가, 기업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경기를 임하는 셈이다.

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주가 예측은 시도해 볼 수 있으나 틀릴 수 있다는 진실을 인정해야 자기 그릇만큼 수익을 거두고 참담한 실패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. 우리가 재테크로써 수익을 거두기 위한 첫 출발은 환상 깨뜨리기 작업을 해야한다. 이것이 내 투자에 있어 첫 번째 과제다.

"사람들은 결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며, 미래 예측을 하는 그 때가 바로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된다" 리스크 관리에 탁월했다던 월가의 경제학자 피터 L. 번서타인의 문구를 되새기며 마무리하고자 한다.

 

 

끝!

 

 

*해당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동시 작성하고 있습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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